광한루 가는 길
외 1편
박 태 일
용성초등학교 옆 용성헌책방에서는 왜
땅바닥 넘너른히 장남감을 널어 놓고 팔까
책장에 얹어 둔 책 속에서 속초 이성선의 옛 시집을 찾은 일은
칠월 산길 도라지 꽃 풍선을 손으로 터뜨리는 느낌이다
그리고 용봉시장 갓길 백반 오천 원 돈족탕 육천 원
송월정 동네 식당 문 닫은 대지방앗간 기울기울거리는 맞은 쪽
주인 부재중이라 붙인 대지조류각종알부화집이 재중이다
새는 주인을 닮았다 잉꼬와 흰 문조 벼슬 붉은 십자매도 부재중
게다가 살쾡이 붉은 눈빛 박제 주둥이는 무얼 씹다 만 시늉이다
우리 맨 아래 두 칸은 토끼 암수 더부살이
몸을 부풀린 채 깃을 물거나 낮잠 중얼거린다
부재중 주인은 먼데 산비둘기 모으러 갔을까
메추리 닮은 벗을 찾아 나섰을까
칸칸이 모이집과 마른 물통 노란 앵무는 어느 방인가
깃털 빛깔이 아름다움 체질도 튼튼해서 기르기 쉬운
애교와 호기심이 많은 눈 날카로운 목소리가 단점
작은 풀이표를 붙인 일이 용성헌책방과 닮았다
각종 소설 전집 자습서 헌책 사고 팝니다 교과서 동화책 사전
소설 전과 문구 완구 교재 용봉동 용성초등학교 옆 용성헌책방을 지나면
음악의노예들 악기점 기타 악기 사고 파는 곳
붙인 미닫이에 김장용 박스 팝니다 광고까지 기르는
그곳도 실한 알까기를 꿈꾸는 게 틀림없다
돈 부화 건강 부화 사랑 부화를 겨늠해서 그런지
거리에는 늦은 더위가 지저귀고 사람들은
호박꽃 속 박각시처럼 얼굴빛 쪼며 걸어간다
붐붐 차바퀴 소리도 붐붐붐 부푸는 곳
남원시도 용봉동 용성초등학교 옆 용성헌책방에서는 왜
장남감을 땅바닥 넘너른히 널어 놓고 팔까.
2) 의자에 앉은 느티나무
감천까지 걸었다
십 리에 다시 십 리
넘었는가 싶었는데 또 고개
봄은 고개였다 봄
뒷모습에 기울어지는 낮달이 걸리고
작게 웃으며 비칠거리며
봄은 걸음을 아꼈다 그래서
먼 능선이 가라앉아 보였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걸었던가
감천에는 아름다운 일이 기다릴 것인가
감천에 이르러 손을 잡기도 할 것인가
봄은 감천 정류장에서 발을 들어 버스로 떠나고
땅 삽니다 임야 논밭 광고지
토토그린 농약점 곁에 서서 나는
매실밭 가지 너머로 눈을 비볐다
슬픈 일 슬픈 일 없을 듯
봄을 보내고 나니
의자에 앉았던 느티나무
조용히 일어서며 물었다
어떻게 세월을 믿고 사노.
|
 |
|
회원작품 게시판
추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