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해석 회장 타계 10주기에 부쳐
2020. 4. 6.
합천문협 고 김해석 초대회장이 작고한지 10주년이 되는 해에 즈음하여 지난 4월 4일 한식청명(寒食淸明)의 날을 택해 회원들이 초계면 명곡리 국사봉 양지바른 곳에 자리한 고인의 묘소를 찾아 타계 10주년 추모제를 올렸다.
이날 추모제에 참석한 회원들은 행사를 주도한 손국복 회장, 김숙희, 최병태 전임회장, 하동에서 먼 거리를 달려온 이동배 경남아동문학회장, 소민호 아동문학회작가, 고사리 손 예쁜 손녀들을 대동하고 감주를 가져와 회원들의 갈증을 해갈해준 윤경선 부회장, 제수품과 먹거리 준비에 애쓴 정유미 부회장, 행사계획과 준비를 한 박황규 사무국장과 강배훈 사무차장, 제수품 준비와 뒤처리를 한 최영희 신임 회원 등이었다.
일행이 초계읍내 길봉오리집에서 손회장이 제공한 오리고기를 주 메뉴로 맛있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하늘길 오르듯 올라온 고인의 선영은 삼계(三界)의 어진 자부(慈父)가 도솔천(兜率天)에서 인간세계를 내려다보듯 초계 전역이 한 눈에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다. 둘레 80리의 광활한 큰 분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고인의 선영은 국사봉 기슭 양지바른 곳에 금잔디를 깔고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 우측에 미타산, 좌측에 대암산이 마치 우백호 좌청룡의 형세처럼 둘러싸여있는 산세가 수려하고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고대농경사회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지역 주민의 생활용수와 젖줄이 되고 있는 아주 시원하고 넉넉함을 안겨주는 삶의 터전이다.
예부터 우리의 선조들은 앞쪽에 강물이 휘돌아 흐르고 산소를 중심으로 양 계곡에서 물이 흐르는 곳을 조상의 산소로 잡으면 후손들이 큰 부귀영화를 누리는 명당터라 하였다. 성품이 온화하고 인정이 많아 베풀기를 좋아했던 고인은 가난하게 살면서도 동우인 리영성, 이동배 시인과 트리오 멤버로 남정강변을 자주 소요하며 많은 시를 지었다. 울없는 띠집짓고 물 속에 잠긴 달을 희롱하며 사시사철 그 강변에 살고파했던 고인이 남정강과 멀리 떨어진 이곳 국사봉에 언제 이렇게 좋은 자신의 유택을 마련했는지 사후를 준비한 그의 세심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날 추모제는 손국복 회장이 초헌관이 되어 먼저 고인께 경건한 마음으로 자신이 지은 추모사를 낭독, 배례했고, 이어서 이동배 경남시조문학회장이 아헌관, 최병태 전임 회장이 종헌관으로 고인께 배례하고, 남은 회원들은 합동으로 형식을 갖추어 재배했다.
다음은 초헌관의 추모사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유세차 경자년 4월 4일 선배님께서 타계하신 10주년이 되는 해 한식청명일을 맞아 후배 합천문협 회원들은 선배님의 유택을 찾아와 경건한 마음으로 선배님의 생전 행적을 뒤돌아보고 유지를 떠올려 봅니다. 온 산야에는 지금 봄기운이 가득한데 생전에 자상했던 선배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돌이켜 보면 선배님께서는 가난한 시인으로 한 생을 사시면서 시와 사람을 향한 문학의 길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선배님께서는 지난 10년 간 한국문인협회 합천지회장직을 맡아오면서 남정강을 주제로 시조 170여수와 3인 시화집 “합천호 맑은 물에 얼굴 씻는 달을 보게” 등 많은 작품을 남기면서 합천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애썼을 뿐 아니라, 평소 자상한 성품으로 저희 후배들을 이끌어주시면서 문학의 불모지였던 이곳 합천에 문학의 초석을 다지는 개척자의 정신을 발휘하시고 헌신하셨습니다.
이에 우리들은 선배님의 공덕과 문학정신을 새기고 그 뜻을 이어 받아 타의 귀감이 되는 문학단체로 거듭나기 위해 회원 모두가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습니다.
부디 천상에서 평안하시고 합천문협의 발전을 위해 음덕을 베풀어주시기를 기원하오며 꽃피고 새우는 무릉도원에서 기리 영면하소서
합천문협회장 손국복 상향
고인은 1948년 1월 17일 초계면 유하리에서 출생하여 서울 배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중앙대학에 진학하여 학업을 마친 후, 대구시청에서 시청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어릴 때 함께 놀던 친구들과 남정강이 그리워 공직을 사직하고 낙향하였다. 이후 이곳 합천에서 남정강을 벗삼아 시조를 지으며 지내다가 1995년 3월 “현대시조 신인상”에 당선되었다. 2002년 10월부터 초대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합천지부 지회장을 6년 역임하고, 2008년 4월부터 한국예총 합천지회장 직무를 수행하면서 2007년 1월부터 추진해오던 향파 이주홍 선생 기념 아동문학관 건립사업을 계속 추진하여 각고의 노력 끝에 당국으로부터 사업인가와 예산지원을 받아 2008년 12월 10일 숙원사업인 문학관 건립기공식을 마치고 5일 후인 12월 15일 평소 입버릇처럼 사랑하던 남정강을 뒤로하고 영면하였다.
돌이켜보면 고 김해석 예총회장은 1993년 문학의 불모지였던 합천에 초기 윤한무 회장과 김길홍 회장을 비롯한 선배들이 구축한 초석 위에 합천문학의 토대를 다졌을 뿐만 아니라, 합천문화예술의 중흥을 일으키고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그리움을 남기고 밤하늘에 샛별처럼 떠났다.
나는 이날 고 김해석 초대 회장의 추모제를 지켜보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느꼈다. 생전에 깊은 우정과 신뢰를 가졌던 사람도 세상을 떠나면 그 정(情)도 맹약도 멀어지는 것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세태인데, 합천문협에서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고인과 못다 한 정을 나누기 위해 고인이 세상을 떠난 후 10년이 되는 오늘날까지 매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맘 때 유택을 찾아가 분향하고 고인과 담배를 나누어 피우며 대화를 한다는 손국복 회장의 진솔한 우정이 담긴 이야기를 듣고 그날 나는 큰 감명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물질문명의 가치가 우선시 되는 현대사회에서 이런 미덕을 간직한 사람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감동적이며, 오랜만에 메마른 가슴을 훈훈하게 적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내 나이 80이 넘어도 합천문협에 아직 몸담고 있는 것은 이곳에 이런 진솔하고 아름다운 우정과 사랑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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