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염없이 부는 바람 속에서
대지에 입맞추는 추운 햇살 속에서
언제나 죄를 짓고
어머니 어머니 부르는 나날의 곤고 속에서
방울방울 눈물은 저를 키워가는 것인가
해거름녘 눈물 그렁그렁하는 내 눈물 동무
언제나 나 혼자 눈물짓게 한 것은 무엇일까
가시나무에 찔린 내 눈에서 흘린 피를 보았을까
언제나 돌아서서 눈물바람하던 어머니
우리를 어루만지던 눈물도 이제는 바다에 다다랐나
옥토에 떨구던 그 한 점의 세례도
이제는 불 속에서 꺼멓게 타버렸나
눈물도 없이 커다란 상처로 웅크린 채 우는 사람들이여
너희들 단단히 가슴속에는
사리 같은 견고한 눈물이 쌓여 있는가
쌓여 무너져내리는가
메마른 육신의 어느 한쪽이 저절로 열리면서
거기 샘솟는 아, 기쁨의 우물
슬픔의 두레박도 있으려니
눈물은 이제 어디만큼 와서 제 옷을 벗고 있는지
어머니, 당신의 목소리에 아직 제 눈물은 남아 있는지
눈물도 없이 커다란 상처로 웅크린 채 우는 사람들이여.
■ 감 상 포 인 트
―눈물은 사람을 성장시키고 단련시키는 소중한 힘의 원천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보석 또는 귀한 재산이 무얼까 생각해볼 때가 종종 있는데요. 흔히 말해 인생의 재산목록 1호라고나 할까요. 어떤 이는 돈이나 권력 혹은 명예나 사랑을 꼽기도 할 겁니다.
그런데 온갖 풍파를 겪으며 세상을 살다보면 인생에서 제일 소중한 것은 바로 눈물, 즉 진실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마치 김현승 시인이 표현했듯이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제//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뿐!〉(「눈물」부분)과 같이 정신적인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눈물이 표상하는 진실의 보석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재산이 된다는 말씀입니다.
그렇습니다. 눈물은 인간으로 하여금 진실과 영원에 이르게 하는 촉매이자 인류에게 있어 가장 값지고 소중한 최후의 재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눈물은 생명의 본질에 이르는 길이자 인간을 단련시키고 완성시켜주는 근원적인 힘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해 한용운의 표현대로 눈물 속에는 '슬픔의 힘'이 담겨 있다는 말씀입니다.
눈물의 깊은 의미를 깨닫고 그 진실을 간직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인간은 비로소 조물주인 신(神)과도 맞설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 되겠지요.
바로 이 시는 피조물이자 유한자로서 인간은 눈물을 통해서 조금씩 성장하고 성숙해감으로써 마침내 삶다운 삶, 인간다운 인간으로서 완성을 지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서 은은한 깨달음을 심어준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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