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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제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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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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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1 |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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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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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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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09 00:09:09 |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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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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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제의 시'와 '포괄의 시'
로메다 님,
우리가 무엇을 만들 때,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떤 재료를 놓고 그것을 깎아내며 만드는 방법과
이와는 달리 여러 재료들을 붙여가며 만드는 방법입니다.
앞의 것을 '배제'의 방식, 뒤의 것을 '포괄'의 방식이라고 부릅시다.
큰 얼음덩이를 쪼아서 어떤 형상을 만들어내는 얼음 조각(彫刻)은 배제의 방식이고
눈덩이들을 모아 붙여가며 눈사람을 만드는 것은 포괄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메다 님,
시를 만드는 행위도 앞의 두 가지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은 다 제거하고 꼭 필요한 부분만 남겨두는 배제의 방법과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끌어 모아 종합하는 포괄의 방법입니다.
다음의 글을 읽으면 쉽게 이해될 것입니다.
배제(排除)의 시와 포괄(包括)의 시
리차즈(I.A.Richards)는 시의 구조적 특성을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그것이 곧 배제의 시(exclusive poetry)와 포괄의 시(inclusive poetry)의 이론이다.
전자는 시를 만들고 있는 이미지[체험 내용]들이 조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구조다.
따라서 조화와 통일에 기여할 수 없는 이미지들은 제외된다.
이지적인 고전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후자는 모순 충돌을 일으키는 복잡다단한 체험들을 포괄 수용하는 구조다.
용광로에 잡다한 광석들을 넣고 쇠붙이를 녹이는 행위와 유사하다.
논리와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낭만주의적 성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전자는 삭제의 원리가 지배하는 조각(彫刻)에 비유된다면
후자는 종합의 원리가 지배하는 소조(塑造)에 비유될 수 있다.
전자는 구심적(求心的)인 폐쇄성을 지닌 데 반하여
후자는 원심적(遠心的)인 개방성에 기운다.
리차즈는 전자보다는 후자를 바람직한 시의 구조로 생각했다.
현대인의 잡다한 체험을 수용하기에 보다 적절한 방식이라고 판단했던 때문이리라.
실제의 작품을 놓고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하자.
모란꽃 이우는 하얀 해으름
강을 건너는 청모시 옷고름
仙桃山(선도산)
水晶(수정)그늘
어려 보랏빛
모란꽃 해으름 청모시 옷고름
―박목월 「牡丹餘情(모란여정)」
4연 6행으로 되어 있지만 전체가 16음보에 지나지 않는 네 마디의 짧은 시다.
이 작품의 의미 구조는 간결하다.
늦은 봄 어느 석양, 강을 건너 선도산 그늘 밑으로 사라져 가는 한 나그네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선택된 이미지[대상]들이 단순 간결하다.
만일 실제의 정경을 영상에 담는다면 얼마나 많은 사물들이 화면에 담길 것인가.
강과 산 주변에 있는 논밭이며 나무며 물새며 바위며…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사물들이 화면을 메울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이런 잡다한 것들이 다 지워지고 없다.
하나의 인물을 그리는 데 있어서도 '청모시 옷고름'이라는 단순한 환유로 대신한다.
성별, 신장, 연령, 얼굴 생김새 등 그 인물의 특징에 관한 기술이 다 생략되고 없다.
계절적인 배경을 제시하면서도 봄의 많은 속성 가운데서 '모란꽃 이우는' 하나만으로 암시하고 만다.
이 작품을 엮고 있는 핵심적인 이미지는 모란꽃, 해으름, 선도산, 청모시 이 네 가지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요체가 되는 것은 '청모시'다.
시인이 그리고자 하는 나그네(청모시)는 고결한 선비다.
그 고결함을 시인은 무명이나 명주가 아닌 모시에 담았다.
특히 모시에 '청'의 색채를 가함으로써 그 순결도를 높이고 있다.
그 모시옷 가운데서도 가장 하찮은 부분인 옷고름만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다 지웠다.
그러나 그 옷고름 속에 나그네의 품위와 유연한 동작까지를 담고 있지 않은가.
도포자락을 바람에 날리면서 유유히 걷고 있는 한 선비의 고고한 자태를 떠올릴 수 있다.
그런데 시인은 그 선비를 상실감에 젖은 비극적인 존재로 그리고자 한다.
그래서 낙화(落花)와 낙조(落照)라는 소멸의 시간을 배경으로 설정한 것이다.
석양을 등지고 떠나가는 나그네―그는 어쩌면 시대가 거부하는 에트랑제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인은 그를 불행한 방랑자로 방치하지 않고 시련을 거쳐서 이상향에 이르도록 한다.
강[시련]을 건너 仙桃山[이상향]에 접하는 구조는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시인은 주인공[청모시]이 자연[수정그늘]과의 합일 속에서 화평[보라빛]에 이르는 정황을 색채로 암시해 보이고 있다.
몇 개의 단순한 이미지들만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구조지만 얼마나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지 모른다.
또 다음의 작품을 보도록 하자.
서녁에서 불어오는 바람속에는
오갈피 상나무와
개가죽 방구와
나의 여자의 열두발 상무상무
노루야 암노루야 홰냥노루야
늬발톱의 상채기와
퉁숫소리와
서서 우는 눈먼 사람
자는 관세음.
서녁에서 불어오는 바람속에는
한바다의 정신병과
징역시간과
―서정주 「西風賦(서풍부)」
서풍 속에 들어있는 것들은 그야말로 다양하다.
식물[오갈피, 향나무]과 북[방구]과 춤[상모] 그리고 동물[화냥 노루]과 통소, 맹인과 관음, 정신병과 징역 시간 등 서로 모순 충돌하는 이질적인 요소들이 혼합되어 있다.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 어두운 것과 밝은 것, 선과 악, 본능과 억제…
이러한 다양하고 잡다한 이미지들이 서로 결합하여 많은 의미망들을 형성한다.
그러나 이러한 의미망들은 어떤 조화나 통일성을 지향하지 않는다.
이 작품이 의도하고 있는 구조는 단순이 아니라 혼잡이며, 균제(均齊)가 아니라 무질서다.
'서풍'은 외적인 어떤 정황이라기보다는 시인의 내면에서 회오리치는 '바람'인 것처럼 보인다.
본능적인 욕망(id)과 의지(ego)의 갈등 속에 사로잡혀 있는 심리적 혼란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이 작품이 율격적인 가락에 실리지 않았다면 얼마나 더 난삽했겠는가.
포괄의 시는 복잡다단한 체험 내용을 보다 리얼하게 나타낼 수 있을 지는 모른다.
그러나 시의 기능은 결코 세계의 반영에 있는 것은 아니다.
만일 반영의 기능만을 문제삼는다면 시는 언제나 영상예술이나 산문문학의 아류에 머물고 말 것이 아닌가.
시는 사실에 대한 단순한 보고문이 아니다. 꿈 곧 소망의 기록이다.
그러므로 현실이 시인의 이상향이 아닌 한 시는 늘 현실과는 다르게 마련이다.
나는 내 꿈의 집을 짓는 데 '삭제(削除)의 보도(寶刀'를 즐겨 사용한다.
세상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보다는 그렇지 못한 것들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생리적으로도 나는 불리는 것보다는 줄이는 쪽이 편하다.
그래서 나는 내 시의 본적을 배제의 편에 둔다.
―『엄살의 시학』(태학사) pp.121-124
로메다 님,
나는 앞의 글에서 포괄의 시를 지향하는 리차즈의 견해에 동조하지 않고
배제의 시를 옹호했습니다.
그러나 나의 견해가 절대적으로 옳다는 주장은 아닙니다.
개인적인 체질과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삶도 그렇지 않던가요?
어떤 승려는 소유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워 가족도 가구도 다 버리고 한 벌의 승복과 바리만으로도 평온하게 살아가는가 하면
어떤 수집가는 수만 가지를 모아놓고도 만족치 못하고, 늘 새로운 것을 얻고자 하는 기대와 그 성취의 기쁨을 맛보며 살아가기도 합니다.
로메다 님,
개성에 따라 한 시인의 시작(詩作) 태도가 '배제'와 '포괄' 중, 어느 한 편에 기울어질 수는 있겠지만 어느 하나에 고정될 필요는 없습니다.
다루고자 하는 소재의 성격에 따라, 또한 쓰고자 하는 시의 성향에 따라
효율적인 방법이 한결같을 수 없을 테니까요.
로메다 님,
두 가지 방법을 익히면서 어느 쪽이 체질에 더 맞는가 판단해 보십시오.
또한 특정한 소재를 놓고 두 방법을 함께 시험해 보면서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인가도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건필을 빕니다.
자연과 시의 이웃들
임기정
수정 삭제
교수님
'배제의 시'와 '포괄의 시' 아주 잘 읽었습니다.
머리에 소옥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교수님의 말씀처럼 경험을 한 적이있었습니다.
어려서 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제 방하나 갖는게 소원이었습니다.
서울로 올라와 자취를 하며 월급을 타면
가구나 불 필요한 집기까지 사들이곤 하였지요.
저는 부자가 된 느낌을 받았지만
협력업체 사장님댁에 놀러갔는데
안방에 달랑 티브와 침대만 있더군요.
참으로 썰렁하게 보였는데
집으로 돌아와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 역시 마찬가지로 가지치기를 한 나무가
그냥 웃자란 나무보다 아름답게 보이듯
요즘은 일단 길게 쓰고 가지치기를 하는데
아직 실력이 모자라 너무쳐
나무만 멀뚱히 서있는 모습입니다.
짧은시가 쓰기 어려운걸 요즘들어 느낍니다.
오늘 교수님의 말씀을 꼬옥 새겨 넣어야겠습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십시요. 2005-01-16
박광록
수정 삭제
강의 재있게 들었습니다.
오늘도 시의 이론에 대하여 새로운 것을 배워 기쁩니다.
예를 들어 설명하신 '배재의 시' 를 - 조각작품에 비유하고
'포괄의 시'를 - 눈 사람에 비유하신 사물의 예는 너무 적절한 예화 였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약 30여년 전 부터 수석에 취미가 있어서 전국의 강과 산으로 참 많이도 돌아 다녔습니다.
수석 이론 중에 '수석의 5대 요소가 있는데-
어떤 돌이든 '형'이 있어야 하고 '색채'가 좋아 햐고, '경도(모오스 4-6 도 이상)높아야 하고, '자연미'가 있어야 하고 '고태미'가 있어야 하는 등의 기본 요소를 갖추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라고 수석은 여러 유형으로 분류 하는데 대개 초보자의 경우는 '물형'을 좋아 합니다.
예를 들어 코끼리 형상이라든가 새의 모양이라든가 월출의 모양이라던가 등 좌대 돌이라고 볼 수 있지요.
여기서 재미 있는 일은 새의 형상이라고 해서 너무 구체적으로 닮은 새의 모양 보다는 새의 이미지는 살아 있되 그 눈,코 입, 발, 등이 과감히 생략 된 참신하고 개성있는 물형의 돌을 더 작품성 있게 여긴다는 점 입니다.
'배제의 시'가 아마 이런 형식이 아닌가 싶고 설명하고 싶은 유혹을 과감히 떨쳐 버리는 용기 또한 필요 하지 않을까 생각되어 집니다.
그런데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을 어떻합니까
감성과 이성의 치열한 싸움이라고나 할까요
오늘도 좋은 강의 매우 유익하게 들었습니다.
시마을에 교수님이 계셔서 이렇듯 시 창작이론을 손쉽게 접근하여 공부할 수 있어서 여간 기쁘고 다행스런 일이 아닙니다.
행복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2005-01-17
조미자
수정 삭제
교수님, 오늘 강의 잘 이해했습니다.
저는 우선 배제의 시를 쓰기 위해 노력해 보겠습니다.
우선 간결하게 여백을 두는 시를 쓰는 훌련을 한다음
어쩌다 내면에 일어나는 복잡한 것들을 모순 충돌 시키며
포괄의 시를 시험해 보기도 하겠습니다. 그러나 그 것은
배제의 시를 어느정도 써 낼 수 있게 되었을 때
해 볼 수 있는 실험이 되리라 생각 됩니다.
늘 감사한 마음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건안하십시요. 2005-01-18
임보
수정 삭제
임기정 님,
재미 있는 체험을 말씀해 주셨군요.
많이 갖는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지요.
거느리는 것이 많으면 그만큼 배려해야 하는 마음도 따라야 되니까요.
생각하신 대로 버리는 시를 열심히 써 보시기 바랍니다.
건필을 빕니다.
박광록 님,
수석을 좋아하시군요.
나도 한때 수석에 마음을 빼앗겨 단양과 제천의 남한강가를 거의 매주말 더듬던 때가 있었습니다.
한 덩이 굳은 돌맹이가 수억 년의 수마로 닳고 닳아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표면을 지니게 된 수석을 보면 참 숙연해지기도 하지요.
그 수석에서 시의 원리를 읽으셨다니 그럴 법도 합니다.
세상의 원리들은 서로 상통한 것들이 많은가 봅니다.
좋은 글 많이 쓰시기 빕니다.
강마을 님,
배제의 시 쪽이 더 마음에 드시나요?
취향에 맞는 편을 우선 선택해서 시험해 보시지요.
그런 다음 말씀하신 대로 포괄의 시에 대한 경험도 해 보시기 바랍니다.
건필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2005-01-18
박해옥
수정 삭제
임보교수님의 오늘의 강의는
아주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지도해주시듯
머리에 쏘옥 들어옵니다
배제의 시와 포탈의 시
전 이 2가지를 다 써보고 싶습니다
그 중에서 과연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둘 것인가를
다시 심도있게 생각해 보아야겠어요
그럴려면 더욱 꼼꼼한 공부가 필요하겠지요
교수님의 명강의에 가슴이 가득해졌습니다
이제 살포시 꺼내서
붙일건 붙이고 버릴건 버리고..
깊이 연구를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추운날씨에 항시 건강하소서^^* 2005-01-19
별아별똥
수정 삭제
늘 많은 가르침 주셔서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공부의 길은 끝이 없는 길이라고 알면서도
조금씩 조금씩 배워 나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즐거운 일이기도 하지만요
이렇게 주시는 가르침 늘 기억하겠습니다
건강과 평화를 기원합니다....... 2005-01-20
임보
수정 삭제
박해옥 님,
잘 생각하셨습니다.
두 가지를 다 시도해 보십시오.
소재에 따라서 효율적인 방법을 달리 선택할 수도 있으니까
어느 하나만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겠지요.
분투를 기대합니다.
손정봉 님,
잊지 않고 찾아 읽어주시니 고맙습니다.
보잘 것 없는 제 얘기가 도움이 된다니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어려운 시의 길을 서로 붙들며 함께 가기로 하십시다.
감사합니다. 2005-01-21
박미숙
수정 삭제
정말 감사합니다 항상 짧기만 한 것이 불만이고 부족하다는 생각이었는데 이제 포괄적이지 못한 것에 집착하지 않고 나름대로 자부심도 쬐금 가지고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교수님 정말 정말 오래오래 건강하셔야합니다 ^^
* 문학회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4-19 20: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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