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제9회 황강 백일장 고등부(산문) 장원 - 가을비(노혜영)
|
|
|
|
|
|
|
 추천
:
|
496 |
이름
:
|
문학회
|
작성일
:
|
2003-06-05 11:49:54 |
조회수
:
|
2,464 |
|
|
|
|
|
|
가을비
노혜영<초계종고 2년>
가을비는 여름에 내리는 소나기나 장대비와는 웬지 느낌이 다르다. 여름에 내리는 비가 우리의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내려 준다면 가을에 내리는 비는 지나간 추억에 아련히 젖어들게 한다.
창밖에 조용히 흘러내리는 가을비를 보니 문득 옛 추억이 떠오른다.
나는 지금은 초계초등학교에 통합된 계남초등학교에 다녔다. 몇학년이었는지는 분명히 떠오르지 않는 그 초등학생 시절이었다. 늦은 가을이었는데, 오후부터 한 방울씩 내리던 비가 하교 시간에는 보슬비로 변해 있었다. 수업시간에도 집에 갈 걱정에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기도 여러 번, 어느새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가 울리고 우리 반 개구쟁이 12명은 달리기 시합이나 하듯 골마루를 뛰어 현관으로 향했다.
하지만 평소와는 달리 문 앞에서 주춤거렸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비 때문이었다. 곧 친구들을 데리러 우산을 가지고 온 엄마들의 친구들 이름 부르는 소리가 속속 들려왔다. 하나 둘씩 어머니의 품 속으로, 우산 속으로 방긋 웃으며 뛰어갔다. 처음엔 나도 친구들을 향해 웃으며 잘 가라고 인사를 했 줬지만, 시간이 가고 남은 친구들 수가 적어지면서부터 웃으며 달려가는 아이들이 얄미워졌다.
교문을 향해 아무리 목을 빼고 내다봐도 우리 엄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남은 친구마저 손을 흔들며 집으로 가 버리자 나는 거의 울상이 되어 버렸다. 한참으 쪼그리고 앉아 땅에 부딪쳐 튀는 빗물을 봤다. 그러나 갑자기 혼자 남은게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혼자 쓸쓸히 집으로 향했다. 내리는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교문까지 왔을까, "혜영아!" 하고 부르는 낮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엄마였다.
울상으로 있던 나는 기쁨 반, 원망 반으로 참고 있던 울음을 터뜨려 버렸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알 순 없지만 뭔가가 자꾸만 얼굴에 흘러내렸다. 엄마는 늦게 와서 미안하다며 얼굴과 머리칼을 손수건으로 닦아 주셨다. 나는 찬비를 맞아서인지 기침이 있는데 걱정하는 눈빛이 역력한 엄마를 보며 어린 마음에 고소하다는 생각으로 일부러 더 크게 콜록콜록 소리를 내었다. 엄마는 내게 보상이로도 해 주려는 듯 작은 구멍가계에 들어가 내가 좋아하는 막대사탕과 초콜릿을 한 움큼 사주셨다. 평소엔 못 먹던 과자를 먹게 되자 속으로 얼마나 기뻣던지, 화가 풀린 난 그날 있었던 얘기, 친구들 얘기를 쏟아 냈다. 뇌물 공세에 금방 풀어진 날 잠깐 흘겨보시다가는 활짝 웃으시며 내 얘기에 맞장구를 쳐 주셨다. 그날따라 집으로 가는 길이 유난히 잛아 보였고, 그날 내린 가을비는 엄마와 나만 아는 추억의 연결 고리가 되어 주었다.
오늘처럼 가을비가 내리는 날이면 가끔 그날의 추억이 생각나는데 엄마는 그 일을 기억이나 할는지 모르겠다. 아침에 사소한 일로 엄마와 다투고 나온게 하루 종일 마음에 걸린다. 집에 도착하면 그날의 추억 얘기를 꺼내 내가 먼저 화해를 청해야겠다. 그날처럼 환한 엄마의 얼굴이 보고 싶다.
* 문학회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7-28 21:16) |
 |
|
|
|
|
|
|
 |
백일장 입상 작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