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우리 곁에 있는 자연은 아름답고 소중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연하면 하늘과 바다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그것은 해 질 무렵 강가에 가보지 못한 사람들의 말이다. 강수면 위에는 여태껏 느끼지 못한 사람들의 인정과 사랑이 쏟아진다. 그 인정과 사랑을 받을 때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강에서 느낀다.
떨어지는 꽃잎과 이야기하는 강. 노란 미소짓는 개나리꽃과 붉어진 볼을 비비는 진달래 꽃. 그 꽃과 강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노라면 어느새 나는 강과 친구가 된 느낌이다.
달빛이 부서지는 강. 그 강을 바라보면 지금은 한없이 고요하기만 한 저 강이 얄밉기만 하다. 하늘의 심술궂은 장난으로 한꺼번에 쏟아진 많은 비 때문에 혹시 강이 범람하지나 않을까 하며 가슴 졸인 때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귀뚜라미 울음소리에 맞춰 춤을 추는 강. 지금이야 빙긋이 미소짓는 강이기에 그저 내 몸을 강에 맡겨나 본다. 고민거리가 있을 때 하늘빛 물 넘실거리는 강을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쓸데없는 생각은 강물에 버리고 아름다운 풍경들만을 가슴에 품고 집으로 돌아온다.
새하얀 눈꽃과 어우러지는 강. 여태껏 식어있던 대지를 따뜻하게 안아 주려고 하늘에서 사뿐히 강 위로 내려앉는 그 꽃들은 한줄기의 강과 함께 어디론가 정처 없이 떠돌아다닌다.
노을이 질 때의 강은 아름답기 그지없지만 한편으로 많이 외로워 보인다. 여름철 동네 아이들이 물장구 치고 동네 아낙들이 빨래하던 곳이 지금은 길 잃은 새 몇 마리밖에 찾아오지 않는 쓸쓸한 곳으로 변해 버렸다. 물 위에 동동 떠있는 나뭇잎들이 그 외로움을 감추려 하는 것 같지만 그 나뭇잎들로 하여금 강이 작아지는 것만 같다.
강이 슬피 흘러가는 것은 이유 없는 외로움에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눈물 한 방울이 강물 한 줄기가 되어 강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은 쓸쓸해 보이는 강을 더욱 더 슬프게 만들어 버리는 것만 같다. 그리고 수척해진 강에는 알지 못할 그리움이 묻어난다.
지금 이 강을 보니 어릴 적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강에 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때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좋아했지만 할머니께서는 아픈 기억을 눈물로써 강물에 흘려 보내셨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다.
강에 낀 농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일 것이다. 갈색 빛을 띤 잔잔한 수면위로 부서지는 농무는 값비싼 보석보다 더 휘황찬란하고 새벽녘 막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 켜는 강 위로 내려앉은 이슬들은 쟁반에 구르는 은빛 구슬들보다 더 반짝이고 사랑스럽다. 꾸미지 않아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아름다움의 찬사를 자아내고 오직 자신이 가고 싶은 데로 흘러가는 그 여유로움에 모든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는 것이 바로 강이다. 바쁜 일상 속에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꿈은 바로 나 자신이 하루만 강이 되어 이곳 저곳을 둘러보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귀뚜라미나 찌르레기의 놀이터가 되어주고 떨어진 나뭇잎의 안식처가 되어 가는 강은 대 자연의 심장이다. 바라보기만 해도 친구가 될 수 있고, 고민이 해결되는,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사랑스러운 것이 바로 은빛의 강. 바로 우리들의 아름다운 자연이다.
* 문학회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7-28 21:16)
최병태
2003-09-30 23:35:16
정갑현 학생, 좋은 지도교사님 만났을 때 글 쓰기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받고 끊임없는 글 쓰기 훈련을 거쳐 모든 사람이 사랑하는 좋은 문학인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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